반응형

전체보기 105

탐,삼,솜을 아시나요?

탐,삼,솜 (혹은 탐 샘 솜)을 아시나요? 기획자로 몸담으며 다양한 문서를 작성해봤지만 난감할 때가 있다. 흔히 윗 분들이 툭! 하고 던지는 아이디어로 그럴듯한 기획서를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마치, 내 아이디어인 듯이) 물론,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른말을 해야 하지만, 사회생활이 어디 그리 쉽다더냐 이미 윗분들 황금라인으로 미리 진행하는 거로 얘기는 다 되어 있으니 형식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기획서이거나 비록 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만드는 것은 어차피 나이기에 이왕이면 되는 방향으로 작성해야 할 때도 있다. 직장인의 고충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고 그럼 이런 신규 사업이나 신규 제품 개발에 있어 이제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첫 과정이자 어느 정도의 시장에서 얼마큼 벌..

그날의 기억1

IT회사에서 비 IT회사로 이직했던, 그날의 기억 새벽 4시 이력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2011년부터 2년간, 밤낮으로 새로운 앱이 막 쏟아지던 그 소용돌이에 있다 보니 너무 지쳐버렸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4개월이 넘어갈 무렵부터 몸은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 잦은 신경성 복통으로 찾은 병원에서 우연히 받은 심리 상담과 반알 짜리 약 하나에 이상한 용기가 샘솟았고 병원을 나와 복귀한 그길로 뜬금없는 퇴사 선언을 질러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된 시간... 은행이 아니었다면 몇 달이고 그저 쉬고 싶었지만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정도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PC방으로 향했다. 돈은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편하게 일했으면 싶었다. 그리고 내심 IT가 아니었으면..

함께한 동료를 보내며

그래 동료니까 봐주께 그래 너니까 내가 더 해줄게 라며 일로 만나 내 가족보다 더 오랜시간 함께 하며 술잔 마주치던 이들이 남는 이와 가는 이로 나뉘는 중에도 나는 가는 이인가 아닌가에만 온갖 정신 팔려 있다가 남는 이에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보인 너를 그렇게 침묵으로 보내는 것이... 무심히 함께하던 커피 한잔이, 무료했던 오후, 터벅터벅 하드 하나씩 먹으며 걷던 동네길이, 다음엔 저기 가보자 하며 항상 그랬듯 익숙한 곳에 가느라 지나쳐간 수많은 술집들이 이제 다시는 같은 이유로 술 한잔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그 대가겠지 나이 듦이란 그것이 어떤 외로움 일지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서비스 기획이 아니네요.

하셨던 일이 서비스 기획은 아니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잠깐의 정적도 용납하지 않는 듯이 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기획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느덧 13년 차... 분명 그 순간, 머릿속으로는 그동안 봐왔던 허세 가득한 표현부터 나름의 정의들까지 스쳐 지나갔지만, 그 무엇 하나도 자신 있게 입 밖으로 꺼낼 수없었다. 서비스 기획자로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내가 해왔던 일이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는 부정적 의견에 이어진 질문이었기에 그 분위기를 상쇄시킬만한 한 방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스스로도 서비스 기획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싫었고 불안해서 7년여의 시간을 뒤로하고 뛰쳐나온 건데... 아주 예리한 무언가에 찔린 것 같았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그중 몇몇은 성..

7년 만의 이직

7년 만의 이직은, 실패였다. 힘들었던 건 단지 새로운 회사에 대한 낯섦 때문만이 아니었다. 모든 것들이 변해있었다. 더 이상 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역시도 변해가는 세상에서 도태되어 가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안정되다 못해 지루해져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던 곳을 박차고 나오니 그동안의 여유를 누렸던 만큼 적응은 쉽지 않았다. IT회사가 아닌 곳에서 IT기획자로 나름 치열하게 숱한 새벽별을 보며 일했지만 실체 없는 문서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내 성장도 멈춰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간 그럴듯한 기획으로 수백억에 달하는 투자도 받았지만, 정작 실행하지 못했기에 실패할 기회 조차 없었다. 내가 한 기획이 잘 된 것인지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