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것들

[내돈내산] 긴머리펌(젤로펌,곱슬펌)리뷰

by 뚱지림 2021. 10. 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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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머리가 갈비뼈 근처를 넘어섰다.


걱정스러울 만큼 한 움큼씩 빠지고, 더 이상 머리카락에 전달될 영양은 없는지 얇고 푸석 거린다.
그런데도 워낙 미용실 가는 걸 꺼려해서인지 또 허리 끝에 찰랑거린다.


확 잘라버리면 속편 할 거 같아 3년 전에 어깨 위로 쳐 버렸는데
머리가 빨리 자라기도 하지만 짧은 웨이브 단발은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파마기가 다 사라지고 또 푸석한 머리털이 늘어서 있다.


연중행사로 한번 가는 거 이번엔 굳은 결심을 하고 새로운 곳을 가보기로 했다.

인스타, 네이버, 카카오 할 것 없이 검색을 하고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발견했는데
음.. 관리가 어렵단다.


올해 초 한번 펌을 했었는데 내가 곱슬이었나 보다 가뜩이나 영양상태도 안 좋은데 곱슬기가 있어 펌을 다 하고 나니 지지지지지지 꼭 돼지털 같은 것이 감당이 안돼서 다음에 하게 되면 꼭 제대로 알아보고 하기로 결심하고...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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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강남 근처는 그래도 가끔 갔었는데 압구정 도산대로의 헤어숍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검색을 통해 발견한 곳인데 마치 내 맘을 아는 듯, 곱슬이면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내 뒷모습과 같은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밀 댓글로 바로 예약을 했다.


미용실을 찾는 건 나이게 있어 너무나 힘든 곤욕이다.


워낙 거북목에 자세도 좋지 않아 같은 자세로 있는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도 있어 일정 시간이 되면 경추가 눌려 두통이 온 얼굴을 다 훑고 지나가기에 자주 찾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롱 헤어의 웨이브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아마도 30대의 마지막인 올해가 끝일 듯 싶다. 그래서 큰맘 먹고 검색에 검색을 해서 찾아간 곳이었다.


평일 오후 1시에 찾은 미용실은 조금은 한산해 보였다.


여느 미용실과 다를 것 없이 가운을 입고 자리로 갔다. 블로그로 이미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 예상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는데, 바쁘지 않은 듯한 모습에 내심 빨리 끝날 수 있을 거라 기대도 했다.

 


실장님께 그동안의 고민과 하고 싶은 스타일을 상담하고 시술에 들어갔다.


시간이 가면서 나에겐 전담으로 두 명의 어시 선생님과 실장님 총 3명이 나를 케어해주셨다.

그동안 수많은 미용실 방랑자로 여기저기 다녀 봤고 홍보 게시물과 다른 결과물은 당연한 듯 받아들일 정도의 나이는 되었기에 크게 놀랄 것도 없었지만 어시가 아닌 메인 실장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는 것이 신뢰가 갔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3시간을 넘어갔고, 내 머리는 여전히 로트에 말려 있었다. 보통 아무리 붐비는 헤어숍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도 중간 단계였다.
방치하느라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계속 중간 확인을 하면서 다양한 도구로 펌을 하고 있었다.


이제 실장님이 머리를 말려주시며 데일리로 할 수 있는 드라이를 알려주시니 드디어 끝났다.


장장 5시간이었다. (미리 예상 시간을 알고 간거라 작정하고 가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때까지도 크게 이상하지만 않으면 됐다 하며 큰 기대감 없이 드라이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며 설명해주는 걸 경청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스타일링을 좀 해주시고, 사진을 찍는데 순간 나도 온전한 뒷모습이 좀 궁금해서 수줍게 폰을 건네주며 한 장 부탁드렸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나와서 사진을 보는데..


대박!!




그야말로 대박이다.

원하던 굵기와 컬... 인스타에서 보던 그 뒷모습이 나라니...
40을 목전에 두고 가히 최고라고 생각됐다.


나오자마자 엄마한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아.. 미용실을 나서며 이렇게 온전히 만족한 적이 언제였던지....

생각보다 많은 비가 내리는 저녁, 이 머리가 흐트러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회사 위치와 가까워 그동안 갔던 홍대, 목동, 합정과 큰 차이도 아니었는데, 훨씬 더 긴 시간과 전담 인력, 그리고 결과물로 봤을 때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는 펌이었다.

이제 미용실 방랑생활을 마치고 오늘의 실장님께 정착할 수 있을 듯하다.

완성된 펌, 긴머리펌, 젤로펌

 

아라실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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