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회사에서 비 IT회사로 이직했던, 그날의 기억
새벽 4시
이력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2011년부터 2년간, 밤낮으로 새로운 앱이 막 쏟아지던 그 소용돌이에 있다 보니 너무 지쳐버렸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4개월이 넘어갈 무렵부터 몸은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 잦은 신경성 복통으로 찾은 병원에서 우연히 받은 심리 상담과 반알 짜리 약 하나에 이상한 용기가 샘솟았고 병원을 나와 복귀한 그길로 뜬금없는 퇴사 선언을 질러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된 시간...
은행이 아니었다면 몇 달이고 그저 쉬고 싶었지만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정도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PC방으로 향했다.
돈은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편하게 일했으면 싶었다. 그리고 내심 IT가 아니었으면 했다.
기계치에 철저히 아날로그적 성향인 내가 살아내기에는 숨 막히던 삶이었기에...
나름 그렇게 치열하게 보냈던 삶이었으나 팝업 하나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정해진 D-DAY에 맞춰 서버 연결을 끊으면 구글 웹문서에 흔적 정도만 남아 있는 온라인 서비스라는 것이 허무하기도 했다.
그렇게 리쿠르팅 사이트를 뒤져 찾은 곳이 '공간 회사'였다.
지금이야 프롭테크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땐 그저 철저히 오프라인 기반이었다.
치열하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 보였고, 지금 아는 정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요건들과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될 듯한 분야와 업무 내용
그리고... 실체가 있기에 망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면접에 올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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