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기록들

그날의 기억2

by 뚱지림 2021. 9.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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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 brbrbr.... 오늘 오후 2시에 면접 가능하세요?"



창밖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새벽 4시 이력서를 낸 회사에서 걸려온 면접 제의 연락이었다.

싫다 좋다 할 감정적 여유도 없었기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네'라고 대답했다.

바라만 보기에도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는 누구나 아는 핫플레이스...의 반대편에 있었다.
그쪽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고즈넉한 동네의 작은 꼬마빌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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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히 왔나'


회사 간판조차 없는 곳이었다.
지금껏 여러 회사를 다녀봤고 작은 회사도 물론 있었지만 다녀 본 중에 그야말로 가장 작은 곳
그래도 이 빗속을 뚫고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들어갔다.

폭우로 인한 습한 대리석 냄새가 코 끝을 진하게 자극하는 계단이 보였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계단을 올라 회사 문앞에서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가 나오기 전, 문 앞에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입구를 들어서자 노오랗고 엄청 큰 조명 갓이 폭우로 어두컴컴한 밖의 색감과 대비를 이루어
따뜻함마저 느껴졌고, 추석 연휴 전 날이라 그런지 조금은 어수선하고 살짝 상기된 모습들이 보였다.

그 소란한 팀에서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 사람
전화통화를 했던 면접관이자 나의 팀장님이 될 분이었다.

그동안 압박 면접을 너무 많이 당해서였는지 당사자인 나보다 말을 더 많이 해준 편안한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그때, 잠시 면접실 밖을 나갔다 들어온 면접관님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추석 연휸데 빈손으로 보내는 게 좀 그래서요."



어쩌면 오늘만 보고 말 수도 있는 인연인데, 추석 선물을 챙겨주었다.


'이거 뭐지'


그 동안 많은 회사를 다녔어도 IT회사라 그런가 이런 선물세트는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무언가... 배가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폭우 속, 우산 넓이를 더 넘기는 선물세트가 불편할 만도 한데 싫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연휴 시작일로 북적이는 1호선 서울역 플랫폼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추석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데, 합격이예요. 잘 쉬시고 1일 날 봅시다."




그렇게 비IT회사에서 IT조직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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