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서방이가 회사 앞으로 왔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저녁으로 뜨끈한 국밥을 먹은 후, 언제나 그렇듯 걸어서 지금 묵고 있는 호텔로 가려는데,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항상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보자고 했다.
오늘은 불금이니까!!
걷다 보니 인사동 골목으로 합류하게 됐다. 이미 늦은 저녁이라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한 국악인의 대금 소리가 기분 좋은 가을바람과 함께 울려 퍼졌다.
인사동 길이 끝나는 길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어! 원래 여기 이렇게 아무 것도 없었던가?"
눈앞에는 녹색 잔디가 깔려 있고, 아직 다 피지 못한 꽃들이 듬성듬성 있었다. 저 멀리는 달 모양의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앞으로 '가을 달빛 송현 음악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4m의 장벽으로 항상 막혀 있던 미국 대사관 기숙사였던 곳이 무려 11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종로구 송현동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막 행사가 정리되고 난 후였던 것 같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2024년 12월까지만 임시 개방이라고 한다.)
우측에 있는 코스모스는 아직 발목정도까지 오는 높이에 꽃도 많이 피지 안았지만 왼쪽에는 제법 군락을 이룬 코스모스와 작아서 귀여운 해바라기 밭이 있었다.
종로 한 가운데 이렇게 예쁜 녹지라니..
인사동 길 끝에 항상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던 곳이 뻥 뚫려 한눈에 들어오니 새삼 예쁜 골목골목과 서울 한복판의 신. 구의 묘한 조화가 눈에 들어왔다.
서방이와 그 녹지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돌아서 원서동을 지나 대학로까지 걸어왔다.
오늘도 만 걸음은 가볍게 채웠는데.. 확실히 오늘 날씨가 추워져서였는지 오금에 무리가 와서 마지막은 버스를 타기로 원만한 합의를 봤다.
어제와 사뭇 다른 가을 밤의 공기와 평소와는 다른 경로의 산책길이 평범한 일상의 신선함으로 다가 온, 금요일이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인사동 길이 끝나는 곳, 서울공예박물관 근처에 있다.
(종로구 송현동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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