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4일 갑자기 우리 함께 합치기로 한 날
상견례보다, 결혼식보다 그냥 오래 사귀었다는 무기 하나로 우리끼리 결정해 버린 엄청난 날
나의 집 계약 만료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갔던 날...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우리는 함께 했던 그 집을 떠나 계약이 꼬여버려 덩그러니 길 위에 2년 전과 똑같이 함께 하지만
서로의 머리에는 흰 머리가 더 많이 생겼으며, 함께 먹는 밥상엔 챙겨 먹어야할 영양제 개수들이 더 늘어났으며
몸무게 역시 20키로씩 더 늘어났고, 이제는 나이를 나타내는 앞의 숫자가 같은 4자다.
계단을 오르는게 불과 2년 전보다 부쩍 힘겨워졌고, 불금이 무색하게 샤워 후 맥주 한 캔에 둘 다 곯아떨어져 버릴 정도로
체력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 함께라 서로 올라가는 계단에 허리를 받쳐주고
아플 때 옆에 함께 있어주며, 응급실 보호자 서명란에 서로의 이름을 써주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냈네..
요즘 세상에 조건 따져볼 것도 없이 서로 가진 것도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인 둘인데 10년을 한결 같이 선한 사람이라
그 모습 하나만 보고 미련하리만치 둘 만 바라보고 결정해버렸지.
이제 서로 반짝이던 모습은 흐려졌지만 그래도 내 눈엔 아직도 이뻐 보여서 서로 포옥 안아주며 살아 가는 하루하루가
봄 햇살같이 포슬포슬하고 평온해서 단지 그 것만으로 모든 것이 좋아서
지금 길 한 가운데 짐과 함께 덩그러니 놓인 오늘 이 시간도 나중에 나이 들어 꺼내 볼 수 있는 우리들 추억이라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사이지만 그런 매일을 원했는데 그게 당신이 만들어준 걸 알기에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의 2주년, 앞으로의 10주년, 20주년.... 그리고 당신과 함께할 4000일, 5000일.... 그 시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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