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 서울 성모병원에서 폐암 1기B로 진단을 받고 우상엽 절제를 받은 후,
2020년 봄, 재발 판정으로 지오트립이라는 표적치료 시작 - 재발로 인한 4기 판정
2021년 봄, 폐에 결절이 보인다며 수술 추천으로 두 번째 수술 - 암 아닌 결절로 판명
2021년 8월 말, 다시 폐에 이상 소견이 보였고 4월 수술에서 암이 아니었기에 전체 검사 진행
2021년 11월 말, 수술 아닌 조직검사로 제안 받았으나 마취/수술은 마찬가지라 수술하기로 결정
2021년 12월 7일 세번째 수술 진행
수술실로 엄마가 내려갔다.
세번째라 그런가 더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건가
그렇게 많이 걱정 되지 않았다.
머리가 멍해진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이번에 세번째고 같은 자리인데, 다음에 또 수술하게 되면 다음엔 버텨낼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고, 1년 반 동안 복용해온 표적 치료제의 내성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은 흑인처럼 꼬불거리고, 두피와 얼굴, 몸 할 것 없이 모낭염과 부스럼이 뒤덮으며 혀까지 약해서 조금 매운 음식도 불에 타는 듯 아려오며, 손과 발가락은 다 염증으로 피투성이가 될 정도였지만 쓸 수 있는 치료제의 대안이 적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상주 보호자는 교대하지 못하고, 수술 대기실에도 같이 따라 내려가지 못한다. 오롯이 엄마가 수술하고 있는 시간을 빈 병상을 보며 버텨내야 했다.
가족 모두는 완치를 바랐다.
수술로 암을 제거하니 모두들 그렇게 믿는 게 당연했다. 나 역시도 두 번째 수술에 암이 아니라고 했을 땐, 완치의 기적이 우리 엄마에게 일어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검사를 받고 다시 수술실에 가는 엄마를 보면서 완치는 어렵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고 표적치료제 덕분에 그나마 당뇨병과 같이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새벽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완치를 기원하며 매일 피와 고름으로 만신창이가 된 발가락의 밴드를 갈아 끼웠을 엄마의 처절함은 모른 척하며...
세 번째 수술은 그동안 같은 부위를 수술하고 붙으며 유착된 부분을 잘라내야 하기에 더 오래 걸리고 어려운 수술이라고 했다. 6시간은 걸리는 대수술, 당연히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서였는지 핸드폰으로 이렇게 글도 쓰고, 뜨개질도 하고 심지어 잠도 잤다.
그렇게 6시간이 흐르고, 수술 집도를 한 선생님과 전담 간호사가 먼저 와서 나를 만났다.
수술은 잘 끝났는데... 뇌에 작은 뭔가가 보이고 신경외과 협진을 한다고 한다.
아.. 내가 너무 건방졌나 보다.
암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서 긴장하라는 하늘의 뜻이었을까,
매번 예상을 빗나가는 이런 어려움이 닥쳐왔다.
그래, 처음 엄마가 암 진단을 받고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어디 병원을 선택하고 어떤 과를 가야 하는지 조차 몰랐을 때 절차를 하나하나 알려주며 다른 회원의 검사 결과 해석도 해주는 분들을 보면서 왜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분들도 나와 같이 모르던 때가 있었고, 매일 매 순간 기적을 바라며 보내왔을 텐데...
이렇게 자책을 하고 있을 때쯤 회복까지 마친 엄마가 7시간이 지난 후 병실로 돌아왔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통의 목소리로 엄마에게 얘기했다.
아무 얘기나 나오는 대로 ...
그때, 엄마가 수술 대기를 하는 침대에서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더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식당을 하며 엄마는 항상,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그 지겹고 고단했던 삶을 멈추게 하고 엄마 인생에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찾아온 게 암이라니...
엄마의 삶의 의지는 부작용으로 다 짓이겨진 피떡진 발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 발로 암을 이기기 위해 새벽마다 만보 가까이를 걸었는데...
뇌에 무언가 생겼다는 말은 도저히 엄마가 지금 꺼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 연도 회사를 4번이나 퇴사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나태했던 나의 시간을 엄마로 인해 되잡아 본다. 내가 지금 의미 없이 보내는 이 시간이 당장 우리 엄마에겐 가장 간절하고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나를 다잡게 해주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를 괴롭히는 '암'이 되었다.
엄마, 우리 이번에도 잘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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