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마흔 살의 가을, 이제 이사 갈 집의 입주 날도 확정되어 호텔 한 달 살이를 정리하게 됐다.
호텔의 짐은 지난 일요일 일부를 정리해서 본가에 가져다 놨기 때문에, 짐 정리에 크게 힘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큰 캐리어 3개, 큰 쇼핑백 4개 정도가 나왔다.
일찍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보니 아직도 이른 시간, 서방이와 밖에서 점심도 먹을 겸 서울살이의 마무리를 잘 끝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대학로에서 연극도 보고 서방이 좋아하는 샤브샤브도 먹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
저녁을 먹기 위해 익선동을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늦은 서울의 가을길을 서방이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익선동 골목길.. 호텔살이 시작하며 찾았던 늦은 여름날의 골목이었는데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 제법 쌀쌀한 가을 저녁에 이런 시간이 이제는 마지막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사실 빨래며 먹는 거며 뭐 하나 편하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가는 길이 어둡다며 항상 퇴근하고 회사 앞으로 와 저녁을 핑계로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줬던 서방이 덕분에 마흔 살 가을의 기억은 그렇게 초라하기보다 풋풋하게 설레며 로맨틱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밥이 아니라 그래도 조금은 있어? 보이는 메뉴로 선택했다.
저녁 시간 때라 원하는 식당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파스타돈부리라는 집에 들어가 창가 쪽 자리를 잡고 성게알 크림 파스타와 시그니처 메뉴일 듯 한 갈릭 스테이크 돈부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함께 곁들일 하이네켄 생맥주를 시켰다. 음식은 퓨전이라 나름 독특한 맛이었지만 양은 가격에 비해 좀 아쉬웠다
성게 파스타는 성게 맛보다는 파래가 들어가 있어 그런지 파래 맛이 좀 더 강하게 났다.
갈릭 스테이크 돈부리는 날계란이 들어 있어 밥이 좀 질퍽한 게 나에게는 별로 였지만 서방이는 괜찮다고 한다.
여기에 마요네즈를 좀 섞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호텔살이의 마지막 주말 저녁은 이렇게 마무리하게 됐다.
고생했다 우리 서방님, 그리고 내 마흔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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