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란: (폴리티컬 커렉트니스,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이란 뜻으로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 또는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을 의미한다.
출신,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종교, 장애, 직업, 나이 등을 기반으로 한 언어적・비언어적 모욕과 차별을 지양하는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운동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다른 인권 운동과 함께 대두되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먹고사는 것에 문제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게 된 오늘날,
어릴 때 TV에서 나오는 코미디언 들의 흑인 분장과 마르고 뚱뚱한 체형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것에 그저 넘어갈 수 없는 묘한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 뭐 이런 거까지 이슈화를 만들어야 할까'라고 생각될 만큼 모든 지탄을 받으며 이슈가 발생될 때마다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던, 몇몇 사람들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바르게 잡혀 왔던 것이라 생각한다.
83년생인 나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무심코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는 언행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젠더 갈등을 비롯한 PC에 대한 것은 인간 스스로가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당연히 여겨졌던 그 모든 것들에 의문을 재기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건강한 갈등이자 의견 제시로써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요즘 콘텐츠 업계 전반에 걸친 다소 급진적이고 강제적인듯한 PC 현황은 일부러 이슈몰이를 위한 것인지 내 소양이 부족한 탓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나는 소심한 인간이라 보통 이와 같이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를 일상에서도 잘 말하지 않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건 더더욱 처음인지라 아주 조심스럽지만 급진적인 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일기장처럼 여기에 생각을 담아보고자 한다.
(한 20년 후, 내가 환갑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 글을 다시 본다면 그때의 사회는 어떻게 변했고 지금의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 했었는지를 알 수도 있을 테니...)
20년 전, 다른 시각으로 디즈니를 바라보다
애니메이션 전공자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라이온 킹'으로 초등학교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한번 빌린 후 계속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서 거의 40번을 넘게 봤었고, 급기야 비디오 주인아저씨가 그냥 가지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알라딘, 인어공주, 포카혼타스, 미녀와 야수도 위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무한반복 시청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의 움직임과 음악에 매료되어 전공으로까지 선택했었는데...
대학교 1학년 2학기 전공 수업이었던 미술 기호학 수업으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미술 기호학은 명화에서부터 광고와 같은 미디어에 이르기 까지, 당시의 시대상과 감독의 일생과 성향을 보며 작품에 내재된 의도 또는 메타포가 되는 부분을 찾아서 분석하는 수업으로 그저 느낌으로만 작품을 감상했던 어린 나에게 '보는 눈'을 일깨워 준 수업이었다.
커리큘럼이 중반쯤으로 흘러 '디즈니 작품'을 보고 지금껏 배운 이론으로 작품에 내재된 메타포를 찾아 분석하는 리포트가 과제로 나왔다.
나는 테이프가 늘어질 대로 수십 번을 보던 작품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처음부터 보게 되었다.
캐릭터 설정과 컬러, 사용된 음악까지 무엇하나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리포트를 완성하고 내가 작성한 과제와 교수님이 분석한 내용을 비교하며 수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말하는 '문화의 힘' '문화에 대한 무서움'이라는 걸 오히려 그 수업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월트 디즈니는 반유대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
지금은 블로그나 유튜브에 이런 디즈니에 대한 분석글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2002년만 해도 관심이 있지 않으면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그때 처음 접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지금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디즈니의 성적 코드라던가 월트 디즈니가 반유대주의 자라는 것은 그 근거가 빈약하여 루머로 많이 치부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담은 배제하고, 디즈니 작품에 있던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부분을 '라이온 킹'을 예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의 '컬러'다.
심바의 부모인 심바와 사라비, 주인공 심바와 날라는 모두 밝은 옐로 계열의 바디 컬러와 브라운 컬러의 갈기, 푸른 눈을 띠는 반면 심바의 삼촌인 '스카'는 검은색 갈기와 진한 컬러의 바디를 하고 있다. 백인과 히스패닉 (혹은 동양계)의 특징을 나타낸다.
두 번째는 '음악'
스카가 프라이드를 점령했을 때는 토속적인 음악이 나오는데, 심바가 프라이드를 탈환하기 위해 달려가고 싸움에 승리했을 때 오케스트라와 같은 관현악기가 깔린다.
세 번째는 '억양'
무파사와 심바는 영국식 영어를 구사, 다른 사자는 미국식 영어, 하이에나와 스카는 히스패닉 계 억양의 영어를 사용, 사용하는 어투에 있어서도 계급을 나누는 차별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모든 것을 가볍게 스토리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앙상블
이미 푸른 눈의 심바는 주인공으로 그의 서사에 사람들은 이입이 되어 있다. 그가 정의이고 옳음인 것이다.
스카가 프라이드를 점령할 때는 배경은 우울한 블루톤의 흐린 조명을 사용했지만 무파사나 심바가 다스릴 때는 맑고 화창한 하늘이 보이고 모든 동물들이 행복해한다.
라이온 킹은 백인우월주의 외에 장자승계라는 보수적 시각도 표현되어 있다.
왕의 계승은 능력 주의보다는 현재 왕의 장자가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자연의 섭리이고 옳은 것이다. (왕이 존재하는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시각에서 그 당연함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은 컬러를 통한 메타포는 '알라딘'에서도 볼 수 있다. (알라딘은 인종차별보다 성차별적 요소도 강하게 들어있다.)
이슬람이 배경인 '알라딘'에서 유색인종은 푸른색의 '지니'다. 팔에는 족쇄를 차고 있고 주인공인 알라딘이 족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억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유색인종에서 '자유'를 주는 것은 '피부색만 진한 백인과 같은 겉모습과 말투를 쓰는 주인공'인 것이다.
이와 같이 디즈니의 유색인종 차별을 풍자하고 나온 것이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슈렉이기도 하다. (뚱뚱한 모습의 녹색 얼굴을 한 슈렉과 공주가 주인공)
디즈니에 대한 작품에 대한 분석은 이미 다양한 논문과 저서로 나와 있다.
이렇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얘기를 길게 한 것은 분명 스무 살인 내가 기호학 수업을 듣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저 아름다운 주인공의 서사에 녹아들었다.
디즈니도 그랬을 것이다.
설마 애니메이션에 "여기엔 이렇게 백인이 우월하다는 걸 강조해야 해!!라고 만들었겠는가?
(물론 스머프 같은 공산주의를 미화한 계몽 애니도 있긴 하지만)
그 당시엔 그게 자연스러웠고 당연하게 여겨졌을, 아무렇지 않은 흐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디즈니가 다시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다소 억울해서? 이런 급진적인 행보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이상한 곤조? 를 부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요즘의 디즈니 PC이다.
일부러 필요한 역할임에도 흑인 배우를 배제하고, 동성애자라고 해서 캐스팅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아프리카가 배경인 영화를 찍는데 백인을 데려다가 분장을 시켜서 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처사이다. 피터팬에 팅커벨이 흑인일 수 있다.
다만, 눈처럼 살결이 하얗다고 백설 공주 'Snow white'라는 설정을 '흑인'으로 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다고 해서 라이온 킹은 털 하나하나를 살려서 오히려 검은 갈기의 스카를 실제 있을 법한 사자의 컬러로 바꿔놓고는 붉은 머리에 흰 피부의 인어공주 에리얼을 흑인으로 만들면 어쩌라는 건가?
너희가 원하는 대로 했어! 근데 별로지?
디즈니의 이 같은 억지스러운 행보는 오히려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마저 인종차별, 미모 우월주의자로 만든다.
내가 드는 의문은 '이 것'이다.
굳이 백설공주의 설정을 바꿔서 억지로 흑인으로 바꾸고, 인어공주의 주인공에게 심한 댓글을 달고 증오하게 만든다.
그리고 너희가 원하는 대로 유색인종을 기용했더니 원래의 백인 배우를 캐스팅했을 때보다 별로지?라고 하는 감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갖도록 만드는 것 같다.
여기에 내가 글 첫머리에 '나의 소양이 부족할 수 있다'라고 미리 밝힌 점은 '예쁘지 않은 배우'인 것도 나의 차별적 발언일 수 있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개성 있고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에 특정한 기준에 빗대어 누가 못생겼다 이쁘다 할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내 미의 기준은 현재를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고 평범하기 그지없어 소양이 부족해도 어쩔 수 없다.
디즈니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서 보다 점진적으로 PC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면, 흑인 캐스팅에 이렇게 반발을 했을까?
흑인 캐스팅을 늘리되, 아직은 평범한 미의 기준을 따랐다면 사람들이 열심히 연기한 그 배우에게 이런 심한 인격모독을 했을까?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그와 같은 메타포를 스토리텔링으로 푸는 것일 텐데,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상업적이라 독보적인 이슈화를 위함일까?
20년 후 나는, 지금의 디즈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린 시절, 내 꿈이었던 디즈니가 더 이상 낯설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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