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추첨제였다.
꼭 되리란 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른 듯했다.
마음이 동하였고, 꼼꼼히 따졌으며 모델하우스조차 두 번이나 갔었더랬다.
하루하루 상상이 더해져 그 집의 평면도는 외울 정도가 됐었다.
그래! 뭐 남들이 말하는 굉장히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GTX의 호재도 분명 있었지만, 직장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넣으면 안 되는 게 맞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항상 59, 49를 보다가 96을 보니 아니라고는 했지만 내심 좋았나 보다.
그러니 당첨도 되기 전에 그렇게 옵션을 하나하나 다 봤었겠지.
100% 추첨인 곳에 무슨 깡으로 가장 인기 있는 타입을 선택했을까
인기 없는 곳을 선택했다면 좀 나았을까?
내 운이 거기 까기는 미쳤을까?
예비 당첨자를 800번대 까지 뽑았다던데 그 안에 조차 들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꼭 누군가에게 뺏긴 기분이다.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청약을 넣었는데, 이번엔 꼭 되고 싶단 마음이었나 보다.
그래서 좀처럼 평정심이 돌아오지 않는다.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자꾸만 심통이 난다.
기분이 뭐랄까.. 딱 엄마한테 다 이르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심정이랄까..
다시 힘을 내서 다른 곳들 찾아봐야 하는데, 사실 완전한 1 지망의 위치와 단지도 아니었는데,
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나를 헛헛하게 만드는 건지..
얼른 털고 잊어야 할 텐데...
무언가 흩어졌던 마음이 좀처럼 모이지가 않는다.
청약 당첨이 되긴 하는 걸까?
청약 통장 점수도 낮은 나는 신축은 애초에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나에게 이번 생에 허락된 신축은 오피스텔뿐인 건가?
저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오늘까지만 나락으로 잠깐 떨어졌다 오련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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