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가 한 달 전부터 김밥 김밥 노래를 부르다시피 먹고 싶다고 한다.
시켜줄까?라고 했지만 가격을 보고 이내 되었다고 참는다.
김밥은 사 먹는 게 차라리 더 싸다고 말했지만 괜찮다고 참아낸다.
그 마음이 괜히 짠하여 장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원하는 김밥 내 만들어주리라
다른 음식은 잘도 배달 잘 시키면서 이른바 천 원 김밥을 먹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한 줄에 4천 원이 넘는 기본 김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나 보다
어떤 김밥이 먹고 싶냐 했더니 가장 기본이라고 한다. 그냥 아주 보편적인 김밥
사실 나도 엄마 옆에서 좀 거들기만 했지 온전히 혼자 한 건 처음이었는데 망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맘이 들었지만 뭐 김밥 다 거기서 거기지 하며 재료를 하나씩 담았다
울 서방이 바구니 들고 햄이며 맛살이며 담는데 소풍 가기 전 아이의 뒷모습 같이 경쾌해 보였다
김밥 하나에 저리 행복해하는 모습이라니 ㅎㅎ
그렇게 집에 와서 하얀 쌀로만 새로 밥을 하고
오이는 한 사코 싫다 하여 시금치를 데치고 양념을 약간 나물 할 때 보다는 심심하게 무쳤다
계란을 부치고 햄과 맛살을 기름에 튀기듯 부쳐내고 사온 우엉과 단무지도 꺼내놓았다
밥은 미리 좀 식혀 둔 후 양념을 해두었고 그렇게 작은 아일랜드 식탁 위로 김밥 재료들이 하나씩 완성되어 올라갔다
마침내 김밥헤븐이 열렸다
그렇게 김밥을 하나 둘 말아 나무 접시에 담고
급하게 가쓰오부시 간장을 넣은 국물과 함께 내놓으며 '손님 주문하신 김밥 나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눈빛이 반짝반짝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 하나를 집에 입에 넣으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는다.
평소 맛있는 거 해줘도 말로는 잘하지 않는 서방이 가 연신 맛있다며 '이 집 김밥 잘하네, 여기서 제일 맛있다' 라며.... 하나 둘 먹은 것이 밥통 한 솥을 거의 다 먹었다.
대체 얼마나 먹고 싶었던거야
김밥 이게.뭐라고...
당뇨인인 울 서방이 김밥 자주 해주면 행복하게 보내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맛있게 잘 먹는다.
또 해 줄게~ 내가 해주는 건 뭐든 다 맛있게 먹는 당신이 당뇨라 더 맛있는 것 자주 못해주지만 그래도 최대한 맛은 지키면서 건강한 거로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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